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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그 속에 피어나는 한국어의 열기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속 한국어 열기 ‘칸 카르데쉬(Kan Kardeşi)’ 피를 나눈 형제, 바로 ‘한국과 튀르키예’를 일컫는 말이다. 그 옛날 고구려와 돌궐(Göktürks)의 연맹 관계에서 시작된 두 나라는 아시아 동쪽 끝과 서쪽 끝이라...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속 한국어 열기

‘칸 카르데쉬(Kan Kardeşi)’ 피를 나눈 형제, 바로 ‘한국과 튀르키예’를 일컫는 말이다. 그 옛날 고구려와 돌궐(Göktürks)의 연맹 관계에서 시작된 두 나라는 아시아 동쪽 끝과 서쪽 끝이라는 지리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1950년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서로를 형제라 칭하며 지금까지도 그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형제의 나라’인 튀르키예가 한국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튀르키예 내 한국어교육의 발전으로 이어지는데 그것은 아래 목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어문학과: 앙카라대학교(1987, 앙카라), 에르지예스대학교(1998, 카이세리), 이스탄불대학교(2016, 이스탄불)
-교양과목: 보아지치대학교(2010, 이스탄불), 하제테페대학교(2013, 앙카라), 아이든대학교(이스탄불, 2016)
-세종학당: 앙카라세종학당(2010, 앙카라), 터키문화원세종학당(2011, 앙카라), 이스탄불세종학당(2011, 탁심/ 2011, 카드쿄이), 이즈미르세종학당(2012, 이즈미르), 부르사세종학당(2014, 부르사)

튀르키예 내 한국어교육은 한국학을 전공으로 하는 학과 교육, 한국어를 교양으로 배우는 교양 교육, 그리고 대학을 제외한 전문기관 교육 및 사설기관 교육으로 구분된다. 특히 이스탄불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을 전공으로 삼고자 할 경우, 수험생은 수능과 같은 입학시험에서 상위 0.01% 성적을 받아야 안정권으로 합격이 가능하다. 또한 교양 교육을 진행 중인 대학에서는 교수자가 부족할 정도로 수강 신청자가 많고, 세종학당에서도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대기자가 100여 명이 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튀르키예 속 한국과 한국문화 그리고 한국어의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튀르키예 속 한국어의 열기는 다른 해외에서 보이는 모습과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주지하다시피 해외 속 한국어의 인기는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또 동경하며 나아가 한국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튀르키예 속 한국, 한국문화와 한국어의 인기는 형제의 나라, 형제의 나라의 문화, 형제의 나라의 언어라는, 다시 말해 형제의 나라에 대한 관심과 감사함이 그 기저에 있는 것이다. 

70여 년 전, 이름 모를 멀고 먼 아시아 동쪽 나라를 위해 3만여 명의 군인을 파병하여 그들을 구했던 튀르키예, 그러한 튀르키예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달려오는 형제의 나라 한국. 튀르키예 속 한국어의 열기는 바로 이와 같은 끈끈한 관계가 기저에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2023년 2월, 튀르키예 대지진-명민호 작가.

2021년, 안탈리아 산불로 인해 튀르키예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한국은 그들을 돕기 위해 앞장섰다. 한국에서는 14만 그루의 나무를 보내 튀르키예의 벌거벗은 산을 다시금 정비하는 데 앞장섰다. 또 2023년, 역사상 최악의 지진이라 꼽는 ‘튀르키예 대지진’에서도 한국은 즉시 구조대를 보냈으며 골든타임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구조 작업을 펼쳐 마지막까지 생명을 구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한국인을 구한 튀르키예와 2023년 대지진 당시 튀르키예인을 구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하나의 그림 안에 담은 명민호 작가의 작품(위의 사진)은 수많은 튀르키예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눈물을 자아내었다. 70년의 세월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돕는 이러한 모습들이야말로 ‘칸 카르데쉬(Kan Kardeşi)’, 즉 피를 나눈 진정한 형제의 면모라 할 것이다.

언제나 한국어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튀르키예, 이들에게 한국어는 영어나 독일어와 같은 평범한 외국어가 아니다. 튀르키예에게 한국어는 ‘형제에게 전하고 싶은 그들의 진심’인 셈이다. 시간이 흘러 무뎌질 동경도 찬란한 한때를 꿈꾸는 순간이 아닌 ‘진심’을 담고 있기에 이들에게 한국어의 열기는 지나가는 바람이 아닐 것이다. 이에 튀르키예의 마음속에 한국어의 열기는 꺼지지 않은 불꽃처럼 언제까지나 피어오를 것이다.

마치며... 2023년 2월 7일, 새벽에 걸려 온 전화

“교수님, 저희(이스탄불대학교 한국어문학과)는 8일 도착하는 한국 구조대와 함께 지진 현장인 튀르키예 안타키아로 가려고 합니다. 구조대의 통역을 담당해서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배운 한국어가 사람들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저희는 당연히 갈 것입니다. 건강히 다녀오겠습니다.” (최상급 위험 단계라, 여성 및 학생은 결국 참여하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배운 한국어가 사람을 구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앞장서 걷겠다는 학생들. 이들의 마음속에 형제의 나라 한국에 대한 관심과 감사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는 한 튀르키예 속 한국어의 꺼지지 않는 열기는 계속될 것이다.




손영은

손영은

전(前) 이스탄불대학 한국어문학과 교수

koresye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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