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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프로그램 속 신조어, 제재는 어떻게?

신조어는 순 우리말로 ‘새말’, 새로 만들어진 단어와 용어 가운데 표준어로 등재되지 않은 말을 뜻한다. 단어나 문장을 줄이거나, 여러 단어를 합치거나, 혹은 말의 앞뒤에 접사를 붙여 새로운 용법으로 쓰인다. 방송 프로그램 자막에 빈번히 나타나는 ...

신조어는 순 우리말로 ‘새말’, 새로 만들어진 단어와 용어 가운데 표준어로 등재되지 않은 말을 뜻한다. 단어나 문장을 줄이거나, 여러 단어를 합치거나, 혹은 말의 앞뒤에 접사를 붙여 새로운 용법으로 쓰인다.

방송 프로그램 자막에 빈번히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신조어는 우리말 환경을 해치는 행위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신조어는 가벼운 말장난으로서 엄격한 잣대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표기 오류는 자제하고, 신조어 사용 기준의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020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정체불명의 신조어와 외국어 혼용 표현 등을 남발했다’는 이유로 지상파, 종합 편성 채널, 케이블 티브이 채널 7곳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를 의결했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방송에서 오직 흥미를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올바른 방송 언어를 지속적으로 권고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2021년 신조어, 욕설이 연상되는 줄임말을 자막으로 사용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행정지도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광복 방송소위원장은 “방송사들의 말장난, 신조어 남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라고 하며,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는데, 우리 말글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행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시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방심위의 결정에 수긍하면서도 제재 기준이 모호한 점, 유행에 민감한 예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예능의 가장 큰 목적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행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디지털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방송은 예전의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신조어를 비롯한 사회적 유행을 반영한 표현을 자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 이미 시청자들은 신조어나 외국어 혼용에 거리낌 없고, 유튜브와 같은 여러 콘텐츠의 문법과 편집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콘텐츠 제작자를 포함한 이들 방송 관계자들은 욕설이나 비속어, 선정성이 다분한 단어나 문장 쓰임도 자제해야 하겠지만, 놀이 문화 측면의 단어들은 뉴미디어 경쟁을 생각해서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제재에 대한 기준이다. 방송법 제6조 8항에서는 “방송은 표준말의 보급에 이바지해야 하며 언어 순화에 힘써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명확한 지침은 없다. 방송은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어쩌면 신조어도 젊은 세대에게는 보편적인 언어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심의 기준에 맞는 자막을 요구하기 이전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콘텐츠의 전반적인 질이나 가치보다 자막을 웃음 포인트로 삼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신조어를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은 얼마든지 있고, 촬영 기법이나 편집 기술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이라면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해, 방송 사업자가 방송 언어와 관련한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방통위의 제재 결의는 재미를 위해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방송의 ‘우리 말글 파괴’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지만, 일부 방송은 일관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신조어는 우리말 어법 구조를 무시한 표현이기 때문에 언어 교육 차원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신조어는 다양한 단어가 합성되어 직관적인 의미 전달이 힘들다. 그 때문에 일부 세대에서 유행하는 단어들은 세대 간 의사소통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이 특정 나이대의 시청자만을 공략하거나 일부 수용자를 위한 신조어를 채택한다면, 계층과 세대 간의 불통을 불러일으키고 넓은 범위의 수용자를 확보하지 못한다. 방송 제작자는 방송의 공적 책임성과 영향력을 외면해선 안 되며, 무분별한 신조어 혹은 외래어 자막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민지

김민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0기

edithmj9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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