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저녁밥을 고민할 때, 회사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 등 사람들은 타인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도 있지만, 개인 휴대전화의 누리소통망을 통해 간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생활이...
가족과 저녁밥을 고민할 때, 회사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 등 사람들은 타인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도 있지만, 개인 휴대전화의 누리소통망을 통해 간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생활이 편리하고 익숙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주는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누리소통망 속 대화의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외국어와 외래어가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누리소통망에서 사용되는 그림말(이모티콘)도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림말이 우리말의 소중함을 얼마나 둔감하게 만드는지 심각성을 알아보고, 그림말을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 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누리소통망 카카오톡에서는 ‘그림말(이모티콘)’ 항목을 따로 구분해 두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그림말의 인기가 꾸준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말을 선택하면(누르면) ‘홈’에 ‘최신 다운로드 인기 핫템’이라는 문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화면을 내리면 ‘[임티연구소] 컨셉과몰입러 왕자스타일 분석’이라는 유행어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림말은 타인에게 전하려는 문자 대신 간편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의사소통하려는 의도와 달리, 잘못된 우리말을 사용하거나 유행어를 남용하게 되면 그 목적을 해치기도 한다.
첫째,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한 경우이다.
현재 출시된 그림말 중에는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제작한 그림말도 있다. 맞춤법을 틀리지 말자는 의미에서 제작한 그림말일 수 있겠지만, 일부에서는 옳은 맞춤법인 줄 알고 사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맞춤법 파괴왕 밍밍이’라는 그림말에서 ‘외않됀데?’, ‘문안하네’ 등 헷갈리는 맞춤법을 의도적으로 틀리게 적었다. 경각심을 깨우려는 의도에서 제작했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에 맞게 올바른 맞춤법 그림말을 추가하거나, 바른 맞춤법을 함께 적는 방법처럼 우리말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외래어와 외국어가 혼용된 유행어를 지나치게 남용한 경우이다.
최신 유행어를 잘 살펴보면 ‘언어유희’라는 이름으로 단어를 이해하기 어렵게 줄이거나 변형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공하’라는 단어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 중 하나로 ‘공주 하이(공주 안녕)’라는 뜻이다. 그림말에서 이러한 유행어를 넣어 제작할 때 유행어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유행어가 더 빠르게 확산된다.
▲ 퍼온 데: 누리소통망 ‘카카오톡’셋째, 차별과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경우이다.
누리소통망(카카오톡)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불편한 표현을 정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한 표현이 그림말로 만들어지고 있다. ‘바보똥개 아찌랑 놀자’ 그림말에서는 지능이 낮은 사람을 비하하는 장애인 혐오 단어인 ‘바보’를 제목으로 서슴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아동 혐오 표현 중 대표적인 ‘중2병’이라는 표현이 ‘킹받는 중2병’ 그림말에서 사용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정 인물을 지칭하여 차별 표현을 내뱉은 것은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를 표적으로 하여 일상에서 차별하고 있다.
누리소통망 내에서의 이런 식의 그림말을 계속 사용하면 올바른 언어생활과 생활이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희망적인 점은 이 모든 것을 우리가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누리소통망 ‘카카오톡’은 인기 있는 그림말 중 각 연령층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해당 이모티콘의 이해를 돕도록 대화 창 내부에서 ‘#’ 기능을 활용해 즉각적으로 검색해 볼 기회도 제공한다.
그러나 편리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제작된 그림말이 누군가에게는 대화하기 어려운 존재라면, 온전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림말은 누군가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제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 표현이라는 점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그림말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점은,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한 그림말이 많이 생겨나면 그림말 흐름의 방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민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 rlaalsmin423@naver.com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