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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사람’은 비속어를 써도 될까?

‘교양 있는 사람’은 비속어를 써도 될까? - <표준어규정을 중심으로> -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표준어규정>의 제1부 제1장 총칙이다. 이 총칙은 ‘사회, 시대...

‘교양 있는 사람’은 비속어를 써도 될까? - <표준어규정을 중심으로> -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표준어규정>의 제1부 제1장 총칙이다. 이 총칙은 ‘사회, 시대, 지역’이라는 기준으로 표준어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사회적 기준인 ‘교양 있는’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교양 있는’에 대한 핵심적인 논란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표준어에 ‘비속어, 은어’가 포함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과연 ‘교양 있는 사람’은 비속어나 은어를 쓰면 안 되는가? 이 글에서는 ‘교양 있는’이라는 표현이 쓰이게 된 경위와 이것의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위 총칙은,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의 총론 제2항을 뿌리로 하여 보완된 것이다. 이에 대해 <표준어규정 해설>(1988)에서는, “‘중류 사회’는 그 기준이 모호하여 세계 다른 나라들의 경향도 고려하여 ‘교양 있는 사람들’로 바꾼 것이다.”라며 계층 구분으로 오해될 수 있는 기준을 수정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또한 ‘중류 사회’가 ‘교양 있는’으로 바뀐 것은 ‘내용이 아닌 표현의 개정’이라는 것도 확실히 하였다.

(1) 제1항의 개정으로 표준어 사정의 기준이 바뀐것은 없다. …(중략)… ‘중류 사회’의 말이 ‘교양 있는 사람들’의 말로 바뀐 것이 이번의 개정에 영향을 준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제 항의 개정은 내용보다는 표현의 개정이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류 사회’에 대해 살펴볼 차례이다. 한글학회의 기관지인 『한글』에서 ‘중류 사회’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데, 당시 표준어 사정에 참여하였던 이희승 선생은 계층적 조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 … 서울이란 적은 사회에도 여러 계층이 포함되어 살고 있습니다. …(중략)… 또 상인계급에서 변을 써서 하는 말 즉 은어가 있고, 너무도 무식한 하류 계급에서 쓰는 비어卑語 즉 상쓰러운 말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말들은 그 사용이 특수한 한 계급에만 속한되어 너무도 일반적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 그래도 가장 일반성 즉 보편성을 가진 말은 중등 교육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들의 가족 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 즉 중류계급의 말이라야만 표준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2)에 따르면 은어와 비어는 보편성을 가진 말이 아니므로 ‘중류계급’의 말인 표준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1933년 당시에 설정한 ‘중류사회’라는 것은 비속어와 은어를 사용하지 않는 상식이 있는(흔히 교양 있는) 집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다시 <표준어규정>의 제정 당시인 1988년으로 가 보자. 국어연구소 연구실장이었던 이은정의 『(개정한) 한글맞춤법·표준어 해설』(1988)에서 ‘교양 있는’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3) 국민이란 언어 공동체 안에서 보편적(普遍的)으로 통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어생활의 본보기가 될 만한 말을 취하여, 그것으로써 표준어를 삼음이 마땅하므로, 이와 같이 개정한 것이다. 이 조건에 따라 교양 없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대가리, 대강이, 대갈머리, 대갈빠리, 대갈빼기-머리, 거꾸러지다, 골로가다, 뒈지다, 뻗다-죽다’ 같은 비어(鄙語)나, 특수 집단 사회에서 쓰이는 은어는 비표준어로 규정된다.

 
(3) 역시 (2)와 같은 맥락이다. 언어 공동체 안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고 언어생활의 본보기가 될 만한 말을 표준어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표준어규정>의 총칙에서 ‘교양 있는 사람들’은 비속어나 은어를 쓰지 않는 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은 남아 있다. 『사정한 표준 조선말 모음』(1936)에는 35개의 비속어 표시 항목이 있으며, 현재 <표준어규정>에도 ‘시러베아들’처럼 낮잡아 이르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2018년 개정된 『한글 맞춤법·표준어 규정 해설』에서는 ‘교양 있는’과 관련된 해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4) 사회적 기준으로서,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언어여야 한다. …(중략)… 물론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비어, 속어, 은어 등을 쓸 수는 있으므로 표준어의 사회적 기준은 상당히 느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어, 속어, 은어 등은 표준어이기는 하되 언어 예절에 어긋난 말들이므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을 자제하여야 하는 말들이다.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비어, 속어, 은어’ 등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표준어의 사회적 기준이 느슨하다면서도, 비어, 속어, 은어 등은 언어 예절의 문제이므로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을 자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다소 성격이 불분명하여 의견이 달랐던 것을 언어 사용의 측면에서 명확히 하였다.

몇몇 자료를 통해 <표준어규정>에서 ‘교양 있는’이라는 표현이 쓰이게 된 경위와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이 표현은 그간 비속어나 은어가 표준어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다. 그러나 결국 비속어나 은어의 사용은 언어 예절에 대한 문제이지, 표준어의 개념에서 다루는 것은 생산적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여러 논의에서 언급되었듯 표준어의 개념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널리, 두루 사용하는 말이라는 점이 핵심일 것이다. “표준어를 쓰는 교양 있는 사람이 비속어를 써도 되나요?”라는 질문은 이제 언어 예절의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표준어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다음 한 걸음을 내딛어 보자.

(* 글쓴이 주: 이 글은 “최정도·이유원(2022), 「표준어의 성격에 대한 재논의 -‘교양 있는’을 중심으로-」, 한글 제337호, 한글학회”를 재구성하였습니다.)




이유원

이유원

국립국어원 한국어진흥과 | anue1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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