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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부터 우리말 바로 쓰자!

5월 15일은 세종대왕 탄신 626돌 기념일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고 맥콜리 교수는 평소에 자기 집 거실 중앙에 세종대왕 큰 사진을 걸어놓고 숭배하고, 특히 5월 15일 세종대왕 탄생일과 10월 9일 한글날에는 강의도 하지 않고 교수, 학생을 집...

5월 15일은 세종대왕 탄신 626돌 기념일이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고 맥콜리 교수는 평소에 자기 집 거실 중앙에 세종대왕 큰 사진을 걸어놓고 숭배하고, 특히 5월 15일 세종대왕 탄생일과 10월 9일 한글날에는 강의도 하지 않고 교수, 학생을 집으로 초청하여 기념잔치를 베풀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탄생일조차 모르거나 소홀히 하고 있고 이 날을 오로지 스승의 날로만 기억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훌륭함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이기에 생략하고 다만 으뜸 문자를 창제하셔서 세계에서 대접받고 있는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고 흐뭇함을 감출 길 없다. 그럼에도 이런 편리성과 고마움을 잊은 채 우리말 우리글을 뒤로하고 외래어 범람에 국적도 없는 잡탕 말이 판을 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심지어 말을 선도하는 일부 방송국에서 신조어 쓰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과 국회의원들까지 외래어, 은어, 비어, 속어, 약어, 잡탕말 쓰는 것을 유식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숨만 나온다. 그래서 나는 5월 15일 세종대왕 탄신을 맞아 이 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는 국회 정문 앞에서, 11시부터는 헌정회관 정문 앞에서, 오후에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국회의원부터 우리말 바로 쓰자’는 1인 운동을 펼쳤다.


오래전 대학가에서 유행했던 ‘야자 타임’이라는 게 있었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모 대학교 인간관계론 시간에 오늘은 실습시간으로 강의실이 아닌 학교 앞 치맥집(통닭과 맥주 파는 집)에서 강의와 실습을 한다고 교수가 말하자 학생들은 ‘와! 교수님 최고다, 신난다!’고 소리치며 교문을 나섰다. 정문에서 500미터 거리의 한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어둠침침한 통로를 따라 자리를 잡았다. 뭐라고 떠드는지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참으로 시끄러웠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인원수대로 생맥주와 통닭 다섯 마리를 주문했다. 수다를 떠는 동안 주문한 맥주와 통닭이 나왔고 우리는 마셨다. 말이 인간관계론 실습이지 맥주 마시고 실컷 떠드는 거였다.
그러던 중 한 학생이 “교수님 인간관계론 수업 안 하세요?” 하니까 교수님 대답은 “어~이게 인간관계론 실습이야, 지금 잘들 하고 있잖아!” 하셨다. “아~네, 이게 바로 인간관계론 실습하는 거네요.” 능청맞은 학생이 맞받았고 또 다른 학생이 “교수님, 인간관계론에서 더욱 실감 나는 게 있는데요. 지금부터 잠깐 야자 타임 갖는 게 어때요?” 하고 제안했다. “그래, 그거 재미있겠다. 얘들아, 지금부터 10분 동안 야자 타임 시간이다.”,

말을 선도하는 일부 방송국에서 신조어 쓰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과 국회의원들까지 외래어,   은어, 비어, 속어, 약어, 잡탕말 쓰는 것을 유식으로 착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숨만 나온다.

“와!” 갑자기 함성과 함께 선후배도 교수님도 순식간에 친구가 됐다. “야! 김 교수, 너 수업 시간에 너무 까칠해, 그리고 너 오 교수, 리포트 과제물이 너무 많아.”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그만 선을 넘고 말았다. “야! 여교수, 넌 너무 화장이 심해.” 여교수는 순간 야자 타임 상황을 잊었다. “야! 고인돌, 뭐 이런 자식이 있어!” 싸움이 붙었다. 말리고 말려도 학생과 여교수 모두 한 치 양보 없이 손짓이 오고 갔다. 과대표는 부랴부랴 야자 타임 해제를 외쳤다.

이 사례서 보듯 사람의 말은 순식간에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감정을 상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요즈음 외국어, 축약어, 파생어, 합성어, 잡어, 비어, 속어, 은어 등 국적도 없는 잡탕말이 쏟아지고 범벅이 되어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좋댓구알’이라든가, ‘구취’, ‘반말 모드’ 등 전혀 알아듣지도 이해도 안 되는 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래서 검색해 보았다. ‘좋댓구알’은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의 줄임말로 미디어 시청자에게 사용하는 말이라고 돼 있었다. ‘구취’는 구독 취소요, ‘반말 모드’는 ‘우리 말 깔래?’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숨만 나온다. 처음에는 욕설인 줄 알았는데 욕은 아니고 엉뚱한 줄임말이었다. 이렇듯 이제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 손녀가 한 집안에서 서로가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 내는 말들은 전문가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쏟아지고, 이 말들은 나오자마자 젊은이들 사이에 내가 먼저 안다고 자랑삼아 쓰고 퍼트려지고 있다. 오히려 모르면 뒤처진 사람으로 왕따를 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사회 언어를 주도하는 방송에서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할 말이 없어진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까지도 서슴없이 준말에 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말들이 버젓이 인터넷 국어사전에 올라 있고, 바른 우리말 고집은 나이 많은 늙은이나 쓰는 말로 취급 당하고 외면 당하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어 위험을 느끼고 있다.

5월 15일은 세계에서 최고 으뜸 문자를 만들어주신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날, 그 고마움을 되새기고 기념하는 날로 큰 소리로 외쳐본다. 국회의원부터 우리말 바로 쓰자! 방송국이여, 우리말 바로 쓰자! 우리말 우리글 사랑으로 나라 지키자! 그리고 세종대왕을 존경하고 자랑하자!




원광호

원광호

제14대 국회의원, (사)한국바른말연구원장 | wonkwang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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