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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에서 자라는 한국어

매일 아침 7시 반, 징과 꽹과리 소리를 듣고 잠이 깨는 곳,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식당 앞에서 한국어 질문을 듣고 답을 해야 하는 곳, 모든 간판과 안내문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 곳, “오늘 하루 종일 한국말만 하겠습니다." ...


매일 아침 7시 반, 징과 꽹과리 소리를 듣고 잠이 깨는 곳,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식당 앞에서 한국어 질문을 듣고 답을 해야 하는 곳,
모든 간판과 안내문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 곳,
“오늘 하루 종일 한국말만 하겠습니다." 라는 다짐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곳,
달러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고 원화로 환전을 해야 물건을 살 수 있는 곳.

한국어와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듯 보이는 특별한 이곳은 미국 미네소타주 콩코르디아 대학이 운영하는 언어 빌리지 'Concordia Language Village(CLV)' 에 있는 한국어 마을이다.

한국어 마을의 이름은 ‘숲속의 호수’로 학생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말을 익히고 태권도, 부채춤, 서예, K 팝 댄스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 문화와 가까워진다.

1961년 설립된 이 언어 빌리지에서는 독일어를 시작으로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총 14개국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 마을은 1999년에 시작했으며 그간 총 20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특히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한국어 마을 4주 과정을 마치면 고등학교 언어 과목의 1년 과정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어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는 곳이다.

최근에는 K콘텐츠 및 한류스타의 부상과 함께 한국어가 인기를 끌면서 여름방학 캠프의 경우 2주 과정 6백 달러, 4주 과정 5천7백 달러로, 한화 3백만 원에서 7백만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하지만 지원자가 많아 대기 번호를 받고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콩코르디아 외국어 마을에 한국어 마을을 시작한 사람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한국어문학과 로스킹 교수로, 그는 1999년 '숲속의 호수'를 직접 설립해 14년간 촌장을 지냈다.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한국 유학생이 한글로 편지를 쓰는 것을 보고는 펜 끝에서 나오는 한글에 매력을 느껴 독학하여 공부하며 한국어와 인연을 맺었다.

로스킹 교수는 ‘한국어 빌리지를 거쳐간 학생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장차 한국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라며 '한국어 빌리지는 이런 인재를 키우는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기에 완벽해 보이는 이곳에 없는 것이 있다. 한국어 마을 자체 건물이 없어 러시아 마을 건물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단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한국어 마을 식당과 본관. 유병안 건축가가 미국 목조식건축 구조에 회랑·차경 등의 한옥 철학과 종묘에서 가져온 비례미를 접목했다. 그리고 박은관 회장과 한국어 마을 안에서 즐거운 학생들.

다행히 로스킹 교수의 ‘숲속의 호수’와 관련한 한글날 인터뷰를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명품백 제조업체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께서 통큰 기부를 하셔서 식당과 교육, 사무 공간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60명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 1채가 2024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러시아 마을 건물을 빌려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2채가 필요하다고 하니, 무엇보다 한국 기업과 정부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박은관 회장은 공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기부를 계속할 예정이지만, 외부에서 모금된 금액만큼 본인이 기부 하는 대응 기금(매칭 펀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해외에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씨앗을 심는 일이니 만큼 가능하면 많은 수의 한국인이 참여하는 것이 더욱 뜻깊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뜻있는 마음들이 모아지기를 바라 본다.

박은관 회장은 ‘숲속의 호수’를 지원하기 전에도 시몬느 번역상을 제정하여 30년 넘게 한독번역연구소를 후원해 왔으며 로스킹 교수와의 인연으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한국어 교육도 돕고 있다. 2017년엔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과 함께 600페이지 분량의 『핸드백 용어사전』을 펴내기도 했는데 가장 보람있게 돈을 쓴 일로 손꼽는다. 일본식 용어가 가득한 기술 용어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발간한 것으로 영어·중국어·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로도 뜻풀이가 되어 있다.

시몬느는 마이클코어스(Michael Kors), 마크제이콥스(Marc Jacobs), 코치(COACH), 토리버치(Toryburch), 케이트스페이드(Kate Spade) 등 20여 개 명품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소위 명품 브랜드를 빛나게 만드는 진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박은관 회장은 한국어 마을이 지어지는 2024년에 펀드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완공된 한국어 마을에 입주해서 한국어 마을을 경험하고 싶다고 한다.







차민아

차민아 / Cha Mina

한글닷컴(Haangle.com) 대표,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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