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고통에 이를 악물거나 악을 쓰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쁨에 손뼉을 치거나 날뛰며 웃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행동과 표정은 인간과 동물이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본능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행동에만 ...
인간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고통에 이를 악물거나 악을 쓰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기쁨에 손뼉을 치거나 날뛰며 웃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행동과 표정은 인간과 동물이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본능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행동에만 의존하여 감정을 표현하면 직관적이고 1차원적인 감정보다 깊은,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을 전달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다양한 종류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또 다른 수단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만이 지닌 아주 독특하고 놀라운 수단인 언어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정교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언어인 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살펴보면 인간의 마음 작동 방식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감정 표현은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지식, 관습, 문화에 따라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사회·문화적 요소도 많이반영하고 있다. 그러니 한국어 감정 표현의 형식적특징과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은 한국인과 한국어를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는 평소에 어떤 언어 형식을 사용하여 감정을 표현하고 있을까? 가장 먼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어휘, 즉 형용사나 동사다. 예를 들어 현재 나의 감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어휘를 ‘기쁘다, 설렌다, 행복하다, 짜증난다, 외롭다, 불편하다’ 등의 서술어 중에서 하나 골라 문장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한글 새소식』 독자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이렇게말이다.
또는 짧지만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감탄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으악!, 아이구~, 아차!, 어머!’ 같은 감탄사들은 놀라움, 걱정, 깨달음, 당황스러움과 같은 감정들을 표현한다.
여러분이 많이 사용하는 감탄사는 무엇인가? 감탄사의 사용 양상을 조사해 보면, 말하는 사람의 연령, 성별에 따라서 자주 사용하는 감탄사의 종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연령층이 낮은 사람일수록 ‘헐’이나 ‘대박’이라는 감탄사를 많이 사용한다. 두감탄사 모두 화자가 무언가에 놀랐을 때 사용한다.그러나 감탄사 관련 연구에 따르면, ‘헐’은 부정적상황에서 많이 사용되는 반면 ‘대박’은 긍정적 상황에서 더 많이 사용된다. 이처럼 같은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도 그 언어 표현의 구체적인 사용 양상은 여러 변인에 의해 달라진다. 언어가 인간관계나인간 사회를 반영하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한국어는 풍부한 감정 표현 형식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각 언어 형식마다 형태적 특징 및 의미 사용 양상이 다르다. 이러한 언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말을 사용하면 무심코 사용한 나의 말이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 안에 담긴 감정에도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감정 표현 어휘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어휘 외에 또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형식은 무엇일까? 다음 문장에서 어떤 언어 형식이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지 찾아보자. “한국어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앞으로 『한글 새소식』을 열심히 읽어야겠네!” 다 찾았는가? 두 문장에서 감정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형식은 ‘-다니’와 ‘-네’다. 두 형식 모두 한국어의 문장을 끝맺는 종결어미로 ‘기대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한 놀라움’, ‘새로움 깨달음’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이처럼 한국어에서 감정 표현은 문법 형식으로도 드러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주로 문장 마지막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표현도 생각해 보자. “수업이 끝나고 말았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어 댄다.” 이 문장들에서도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 드러나는가? 그 감정은 무엇인가? “수업이 끝났다”나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다.”라는 문장과 위의 두 문장을비교해보면 ‘-고 말다’, ‘-어 대다’에 의해 화자의 감정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 말다’가 결합하면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해석되고 ‘-어 대다’가결합하면 ‘못마땅함’이라는 감정이 해석된다. 그런데 ‘-고 말다’나 ‘-어 대다’는 위에서 살펴본 종결어미와 달리 화자의 감정뿐만 아니라 ‘수업이 끝났-’다는 사건의 종결이나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것을 반복한다’는 의미도 표현한다. 이들은 ‘-다니’나 ‘-네’ 보다 한층 더 복잡한 의미 관계를 드러내는 형식인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어는 풍부한 감정 표현 형식을 지니고 있다. 또한 각 언어 형식마다 형태적 특징 및 의미 사용 양상이 다르다. 이러한 언어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말을 사용하면 무심코 사용한 나의 말이 어떠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 안에 담긴 감정에도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 표현에는 어떤 문화가 반영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각자가 한국말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활용하여 한국인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힘쓰고, 서로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