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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의 한국어교육 이야기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학년은 단연코 1학년이었다. 2015년에 난생 처음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를 하면서 ‘가갸거겨’를 가르쳤다. 나의 어릴 적은 생각도 못하고,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한글을 읽고 쓸 줄 알고 학교에 입학했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학년은 단연코 1학년이었다. 2015년에 난생 처음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를 하면서 ‘가갸거겨’를 가르쳤다. 나의 어릴 적은 생각도 못하고,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한글을 읽고 쓸 줄 알고 학교에 입학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어린 학생을 만났다. 1학년 학생들은 유치원에서 이제 막 올라와 자기 이름을 그리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 아이들을 데리고 한글을 읽고 쓸 줄 알게 가르치는 그 가르침의 과정은 참으로 힘들기도 했고 보람차기도 했다. 그렇게 연속 1학년 담임교사를 하다가 2020년에 지금 근무하고 있는 이 학교의 한국어학급 교사를 해 볼 것을 권유받았다. 한국어학급이라 함은, 입국 초기 중도 입국 학생 및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한국어교육을 하는 특별학급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쳤으니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어와 한국어가 무슨 차이가 있겠냐며 호기롭게 한국어학급을 맡아서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는 주변에 큰 규모의 국립대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에서 유학하거나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부모님을 따라온 자녀들이 많은 학교이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부모님을 따라 수시로 드나드는 학교이다.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한국어라는 언어를 배우게 되는 학생들을 대하며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다. 말도 안 통하는 학생들에게 손짓, 발짓을 해 가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한국어 단어와 문장을 가르치고, 그들에게는 그림과도 같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가르쳤다. 1학년 담임교사를 하면서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과는 전혀 다른 수업의 내용과 방법이 필요했다. 게다가 국어 교과서를가지고 진도의 개념으로 가르쳤던 것과는 다르게, 학생들의 다양한 국적, 각기 다른 나이와 한국어 수준및 한국어 배경 등으로 인해 일정한 교재가 있을 수없었다. 그야말로 100인 100교재가 필요했다. 게다가처음 해 보는 나의 한국어수업에 대해 조언을 받고싶어도 주변에 상담할 사람이 없어서 막막했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처음 만나게 된 ‘첫 한국어 선생님’ 으로서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면서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대학원에 등록해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전공을 하면서 한국어교육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배우고있다. 물론 대학원에서의 내용은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교육에 대한 것이어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한국어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한국어교육을 하고 있는 대학원 동기들이나 교수들로부터 듣게 되는 한국어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매우 유의미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작년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022년 다문화 학생은 16만 8천 명을 돌파하였고, 그 중에서 중도 입국과 외국인 학생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초등학교에서의 ‘KSL(Korean as a Second Language,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외국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한국 공교육에 진입하면서 접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교육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KSL) 교육을 위한 교재나 영상 자료는 매우 부족하다. 이렇다 할 교재가 없어 시중에 나와 있는 국내 학생들을 위한 교재를 짜깁기하거나 재외동포 어린이를 위한 한국어 교재를 취사선택하여 가르치기 일쑤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자료나 영상 자료가 매우 풍부하고 넘쳐나는 상황과는 대비가 되는 상황이다. 이제 막 한국에 입국한 학생들에게 보여줄한국어 지도 영상이 필요하여 작년에 교육청을 통하여 ‘교육 영상 자료’를 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르치는 외국 학생들과 함께했는데, 그중 한 학부모는 자기 자녀가 한국어 지도 영상을 찍게 된 것에 매우 기뻐했고 나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자신도 한국어 배우고 있으나 별로 한국어가 늘지 않는데 자신의 자녀가 한국의 초등학교에 다니며 단기간에 한국어 실력이 높아진 것을 신기하다고 하였다. 교육 영상은 초등학생의 수준에 맞게 인사말부터 학교 내 시설, 학용품, 숫자, 요일, 교실 한국어 등을 10차시로 담아서 제작했다. 주변 초등학교 한국어학급 교사 및 강사에게 소개도 하고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과제나 보충 지도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한국어 교재는 바로 교사인 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 내가 피드백해 주는 모든 것이 학생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우는 재료가 된다. 학생들이 한국에서, 한국의 선생님께 최고의 교육을 받아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도 열심히 달려가 보려고 한다.



김주루

김주루

전주 금평초등학교 교사

kimjur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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