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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책', '덜 좋은 책' 그리고 '나쁜 책'?

‘춘향전’은 조선시대 민중들로부터 나온 소설이자 거리 판소리 공연의 인기 이야기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거의 대부분 이 신나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안다. 그렇기에 한국 영화 역사 초기부터 이 극적인 이야기는 매우 인기 ...


‘춘향전’은 조선시대 민중들로부터 나온 소설이자 거리 판소리 공연의 인기 이야기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라도 거의 대부분 이 신나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안다. 그렇기에 한국 영화 역사 초기부터 이 극적인 이야기는 매우 인기 있는 소재였고, 많은 사람들은 아마 암행어사가 들이닥치는 그 절정의 부분에 아주 큰 감정의 해소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의미 있는 것은, 이 춘향전 이야기는 한글(Haangle)로 쓰인 소설이라는 점이다. 한자가 사회의 절대적인 기준 문자였던 시기에, 이 걸출한 시대의 이야기는 한글로 쓰인 책의 필사를 통해 이 땅 여기저기로 퍼져 나갔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한글 소설은 남녀노소 누구나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 동일한 문학적 사회적 희열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역사적으로 그렇게 중요하고 문학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이 ‘춘향전’ 소설책은 조선시대 당시 사회적으로는 어떤 의미의 책이었을까? 정말 권장 도서처럼, 이달의 추천 도서처럼 사회 곳곳에서 환영받고 사랑받는 책이었을까? 사회 지배층의 문자인 한자가 아닌 한글로 쓰여 있고 춘향전 소설 속 양반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이 소설은 과연 ‘좋은 책’으로 받아들여졌을까?

서울국제도서전의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가장 좋은 책’이 있다는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덜 좋은 책’과 ‘나쁜 책’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504년 자신을 비판한 한글 벽보에 분개한 조선의 연산군은 나라의 한글책을 모조리 불태우는 국령을 내렸고, 1966년부터 10년 동안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중국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소중한 수많은 책이 불태워졌다. 모두 ‘좋은 책’의 반대편으로 설정된 ‘나쁜 책’의 개념이 그 광풍을 주도한 것이다.
지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들로 선정되지 못한 책들은 그럼 어떤 책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덜 좋은 책’? 또는 ‘나쁜 책’? 순화해서 ‘가장 좋지는 않지만 두 번째로 좋은 책’?

서울국제도서전의 기획자들이 어떤 의미로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기획을 계속하고 있는지 그 진심과 의도는 잘 알겠다. 하지만 ‘좋은 책’이라는 정의는 ‘좋은 문화’와 다르지 않게 우리를 보이지 않는 문화적 차별의 위험성으로 이끌 수도 있다. 기획자들의 의도를 제대로 살린다면 ‘올해의 추천 책’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마케팅 측면에서 좀 심심하긴 하지만..

오래전 ‘조선국제도서전’이 열렸었다면 절대 ‘좋은 책’으로 들어갈 수 없었을 ‘춘향전’과 많은 한글 소설들을 기억하면서, 흥미를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철학적 방향성을 가질 수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아나. 인문 철학적으로 좀 더 튼튼하고 창의적인 서울국제도서전이 된다면, 도서전은 점점 성공하고 독서율은 점점 떨어지는 그 현상에 대한 창의적인 타개책도 나올지..

◆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좀 더 깊은 콘텐츠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꼼꼼한 이야기 (약 30분 영상)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나 사실도 공유 (약 6분 영상)


송두혁

송두혁 / Joachim Song

한글닷컴(Haangle.com)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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