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MBTI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수다에서도 "너 MBTI가 뭐야?"라는 질문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INTJ, ENFP, I...
현대 사회에서 MBTI는 하나의 문화 현상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수다에서도 "너 MBTI가 뭐야?"라는 질문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INTJ, ENFP, ISTP... 우리는 이 영어 약자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을까?
우리말로 다시 태어난 성격유형
이러한 아쉬움에서 시작된 '순우리말 성격유형 뱃지 만들기' 프로젝트는 단순히 번역을 넘어, 우리의 정서와 언어로 성격유형을 재해석하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가벼운 심리 검사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그에 어울리는 순우리말을 찾아주며, 나만의 우리말 뱃지를 만드는 체험까지 - 이 모든 과정은 외래어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의 16가지 MBTI 성격유형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각 유형의 본질을 담은 순우리말 이름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직역이 아닌, 각 성격유형의 핵심적인 특성을 우리의 정서로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16가지 우리말 성격유형의 향연
청빈결실형(ISTJ)은 "청렴하고 빈틈없는 결실을 맺는 사람"으로, 신중함과 체계성, 강한 책임감을 '청빈'이라는 전통적 가치관과 연결시킨다. 다소곳동행형(ISFJ)은 "다정하고 소박하게 동행하는 사람"으로, 배려심과 신뢰감을 '다소곳'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표현한다.
내향적 직관형들은 더욱 시적으로 표현된다. 고요한마음형(INFJ)은 "고요한 마음으로 깊이를 지닌 사람"으로, 예리한지혜형(INTJ)은 "예리한 눈으로 지혜를 탐구하는 사람"으로 명명된다. 이들의 깊이 있는 사고와 통찰력이 우리말의 운율 속에 녹아들었다.
감각형들도 각자의 특색을 살린다. 잔잔한깨달음형(ISTP)은 실용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사고를, 소담한자연형(ISFP)은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추구를 담는다. 특히 순수한바람형(INFP)과 깊은샘생각형(INTP)은 각각 이상주의적 감성과 논리적 탐구정신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외향형들은 더욱 역동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활기찬바람형(ESTP)과 신나는노래형(ESFP)은 그들의 활력과 즐거움을, 푸른꿈바다형(ENFP)과 번뜩이는아이디어형(ENTP)은 창의성과 열정을 담는다.
리더십을 가진 유형들도 우리말로 멋지게 표현된다. 꿋꿋한산맥형(ESTJ)은 흔들림 없는 원칙과 조직력을, 다정한햇살형(ESFJ)은 따뜻한 배려와 화목함을, 빛나는길잡이형(ENFJ)은 카리스마 있는 인도자의 모습을, 우뚝선대장형(ENTJ)은 강력한 지도력과 결단력을 상징한다.
언어가 만드는 새로운 이해
이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영어를 한국어로 바꾸었다는 데 있지 않다. 우리말이 가진 정서적 깊이와 문화적 맥락을 통해 성격유형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청빈'이나 '다소곳' 같은 단어들은 서구적 개념으로는 완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만의 정서를 담고 있다.
앞으로 누군가 "나는 푸른꿈바다형이야"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ENFP라는 알파벳 조합보다 훨씬 더 풍부한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우리말로 다시 태어난 성격유형들은 자기 이해의 새로운 창을 열어주며, 동시에 우리 언어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한다.
이 작은 시도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는 외래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그것을 우리의 언어와 정서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청빈결실형(ISTJ)
다소곳동행형(ISFJ)
잔잔한깨달음형(ISTP)
소담한자연형(ISFP)
고요한마음형(INFJ)
예리한지혜형(INTJ)
순수한바람형(INFP)
깊은샘생각형(INTP)
활기찬바람형(ESTP)
신나는노래형(ESFP)
꿋꿋한산맥형(ESTJ)
다정한햇살형(ESFJ)
푸른꿈바다형(ENFP)
번뜩이는의견형(ENTP)
빛나는길잡이형(ENFJ)
우뚝선대장형(ENTJ)

최예진
대학생, 우리말가꿈이 2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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