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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7)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오는 세종 서문 8도 사투리로 읽기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해는 1443년이었지만 모든 백성에게 공포한 것은 1446년 “훈민정음”이란 책, 이른바 해례본을 통해서였다. 반포식은 없었으므로 해례본을 펴낸 날을 반포일라고 본다. 그러니까 올해는 창제 578돌이고 반포 575돌이다. 문자 이...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해는 1443년이었지만 모든 백성에게 공포한 것은 1446년 “훈민정음”이란 책, 이른바 해례본을 통해서였다. 반포식은 없었으므로 해례본을 펴낸 날을 반포일라고 본다. 그러니까 올해는 창제 578돌이고 반포 575돌이다. 문자 이름과 똑같은 “훈민정음”이라는 이 책은 새 문자 훈민정음을 알기 쉽게 풀이하기 위하여 그 창제의 취지와 원리, 역사적 의미 등을 비롯하여 문자의 다양한 예시도 함께 실었다. 바로 이 책 맨 앞에는 이른바 세종 서문이 실려 있다. 사실 ‘서문’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그런 용어를 해례본에서 쓴 적도 없고 내용은 서문(머리말)이 아니고 훈민정음 창제 동기와 취지를 나타낸 일종의 ‘본문’이기 때문이다. 일단 학교 용어대로 쓰기로 한다.

세종 서문을 여러 사투리로 읽어보도록 하자. 훈민정음은 사실 8도 사투리를 그 어떤 말도 다 적게 만든 글자이다. 아마도 세종은 8도 민요 가수를 경복궁으로 불러들여 다양한 사투리를 연구했을 것이다. 이런 취지를 살려 읽는 것인데 혹여나 우스개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도움을 직접 준 토박이 화자들의 이름을 괄호에 밝혔다.

▲세종 서문이 실려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정음1ㄱ

◑ 세종 외(1446). ≪훈민정음≫(해례본)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 [정음1ㄱ:2-6_어제서문]

◑ ≪훈민정음≫ 언해본 (세조 5년, 1459)

▲≪훈민정음≫언해본 (세조 5년, 1459)

◑ 표준말 (김슬옹 외)
우리나라 말은 중국말과는 달라 한자와는 서로 잘 통하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글 모르는 백성이 말하려고 하는 바가 있어도 끝내 제 뜻을 글로 펼칠 수 없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익혀 날마다 편안하게 쓸 수 있게 할 따름이다. _김슬옹(2018).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개정증보판)≫. 박이정. 321쪽.

◑ 북한 문화어 (렴종률·김영황(1982). <훈민정음에 대하여>. 평양:김일성종합대학출판사)
우리나라의 말소리가 중국말과 다르므로 한자로는 그것을 나타낼 수 없다. 따라서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은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자기의 뜻을 글로 쓰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하여 딱하게 생각하여 새로 28글자를 만들었으니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을 쉽게 익히고 날마다 쓰는데서 불편이 없게 하려고 할뿐이다.

◑ 경상도판 (조금성)
우리나라 이바구가 중국말하고는 마이 다른기라. 그래가이꼬 우째 말이 통하겄노? 이래가이꼬는 쫌 몬 배운 사람들이 말할라카는기 있씨도 고마 꽉 막히서 지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억수로 많다아이가. 고마 내가 얼매나(울매나) 불쌍턴지 이 싸람들을 생각해서 새로 시물여덟글자를 맹글었거덩. 사람들은 맨난맨날 함 씨바라. 억수로 쉽고 시상 펜하게 한다카이._

◑ 전라도판 (황광우)
긍께 거시기 있지라우. 우리 맬이 머시냐 중국사람 써쌌는 맬 허고 도통 달라불지 않소? 도시 하고 자푼 맬이 있어도 거시기 머냐 한자로는 안 된당께라우. 보쇼. 진짜 짠하고 짠하지라이. 시상에 즈그들 맴묵은 거를 똑바로 쓰들 모하니 이게 시상이요, 머요? 험, 문자 없는 시상은 암흑 천지제. 그래 내가 맹글었소. 아이 내가 이참에 글자 스물 여덟자를 맹글어부럿당께. 헝께 앞으로들 말이오. 이녁들은 싸게 싸게 배우시오, 잉? 고게 말이오, 허벌나게 소라울 거요. 배우기는 소라운디, 영판 쏠쏠하지라.

◑ 제주도판 (이종현)
우리나라 말이 중국이영 달라부난 뭐랜 가람신지 왁왁허여 겅해부난 속엣말 곶잰해도 못곶는 사름이 잘도 하영이라. 나가 이걸 가여왕핸 새로 스물요덥 글자를 맨들어시난 사름들 몬딱 쉽게 배왕 맨날 골을때 팬안허게 써시믄 잘도 조켜~

◑ 충청도판 (윤영선)
우리나라 말이 말이여, 중국말허구 무지하게 달러. 말이 시상 통허지가 않는다 이거여. 더군다나 중국말은 배우기가 참 지랄 맞어서, 지 속 야그를 지대로 전하지 못헌다 이거여. 그래갖고 내가 스물여덟 자를 만들었자녀. 시상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금방 익혀갖고 날마다 쓰면 좋것어. 그게 내 뜻이여.

◑ 중국 연변 (김용철)
우리 나라 말하구 한족말이 달라 갔구 한자하구 말이 영~ 잘 않 통하잼다. 그래서 공부르 못한 사람들이 말로 어째보자구 해두 ,예 ~ 말이 막히구 감정표현이 잘 안되서 꺽꺽거리는 일이 영~많단 말임다. 내 그래서 예 보기 구차해가지구 새로 28글자를 만들었으꾸마. 그래서 여러분이 떼까닥 헐하게 배워가지고 날마다 편안하게 씁소.

▲세종 서문 언해본 붓글씨(청농 문관효 작)

더욱 중요한 것은 역사적 진정성이다. 세종이 문자를 처음 고민한 첫 기록(실록)은 30세 때인 1426년이었다. 법률문을 백성들한테 알리고 싶은데 양반 문신조차도 어려운 한문이라 걱정한 것이다. 창제 17년 전이었고 반포 20년 전이었으며 22살(1418년)에 임금 자리에 오른 지 8년 만이었다. 하도 답답한 나머지 1434년에는 만화를 곁들인 “삼강행실도”라는 책을 펴내지만, 한문의 절대적 어려움, 절대적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본격적인 새 문자 발명에 몰입했을 것이다. 마침 이때는 한자 모르는 백성과의 소통을 위해 동물 그림으로 시각 표시를 한 앙부일구를 장영실과 만든 해이기도 했다. 더욱이 이때는 세종의 음악을 통한 소리 연구가 끝났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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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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