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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세종(8) - 세종은 준비 안 된 임금이었나?

태종이 세자 이제(李褆)를 폐하고 충녕대군(忠寧大君) 이도(李祹)를 세자로 책봉한 것이 태종 18년인 1418년 6월 3일이었다. 이로부터 두 달여 만인 8월 10일에 충녕대군이 임금으로 즉위했으니, 이 과정만으로 보면 준비 안 된 임금이 맞다. 본격...

태종이 세자 이제(李褆)를 폐하고 충녕대군(忠寧大君) 이도(李祹)를 세자로 책봉한 것이 태종 18년인 1418년 6월 3일이었다. 이로부터 두 달여 만인 8월 10일에 충녕대군이 임금으로 즉위했으니, 이 과정만으로 보면 준비 안 된 임금이 맞다. 본격적인 임금 수업을 받은 것은 고작 두 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세종 이도를 충녕군에서 충녕대군으로 부른 것은 세자로 책봉되기 6년 전이었다. 이때 기록이 1412년, 1413년 서로 다르게 소통되고 있는 것은 태종실록과 세종실록 기록이 다르기 때문이다.

태종실록은 12년(1412), 세종실록 총서는 13년(1413), 달은 5월로 일치한다. 태종실록은 날별 기사이고 세종실록 총서는 나중에 기존 기록을 바탕으로 쓴 것이므로 태종실록 기록에 따라 12년(1412년)으로 보는 것이 맞다. 곧 태종 12년(1412년) 5월 3일 기사에 효령군(孝寧君)·충녕군(忠寧君)을 대군(大君)으로 삼았다고 하였다. 세종실록 1권 총서에는 태종 8년 2월에 충녕군으로 봉하였고, 13년(1413년) 5월에 충녕 대군으로 올려 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젊은 시절 세종 독서도.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제공

태종도 처음부터 세종을 임금 재목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충녕대군으로 봉한 지 1년 뒤인 태종 13년 12월 30일자 기록을 보면, 세자와 여러 대군과 공주가 태종 환갑 잔치에 노래와 시(詩)를 지어 바쳤다. 충녕대군이 태종에게 시의 뜻을 물었는데, 그 질문 수준이 높아 태종이 가상하게 여겨 세자에게 “충녕대군이 장차 너를 도와서 큰일을 이루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세자 양녕대군이 문제를 일으킬 때가 아니 었으며 세종은 형의 조력자로만 여긴 셈이다.

또한 이날 기록에 보면, 태종은 “충녕대군, 너는 할 일이 없으니, 평안하게 즐기기나 하거라”라고 하여 실제로 충녕대군은 서예, 그림, 꽃과 돌 가꾸기, 거문고와 비파 등에 심취하여 실제 이런 예술 취미에 정통했다. 그 수준은 취미 수준을 넘어선 듯하다. 충녕대군이 거문고와 비파를 형인 세자에게 가르쳐 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때가 세종이 16살 때였으므로 이때 이미 교양 수준뿐만 아니라 예술, 취미 생활에 이르기까지 두루 갖추어 품성 차원에서 융합적인 재능과 역량을 갖춘 셈이다. 정치가로서의 정식 수업은 늦은 것이지만 이미 기본 소양 교육은 충분히 이루어졌던 것이다. 태종이 벼슬할 수 없으니 왕세자 형이나 돕고 취미나 즐기라고 한 것이 오히려 세종이 융합적 역량과 품성을 기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다. 또한 세 살 많았던 왕세자 형을 늘 옆에서 지켜보며 자랐으니 그 또한 임금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세종이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심취하여 학문적 소양이 뛰어난 것은 두루 아는 바이지만, 세종의 예능적 재능이 임금으로서의 품성과 인문예술분야의 뛰어난 정책과 업적의 바탕이 되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종대왕 즉위도.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제공

세종 사후 평가인 묘호(세종)를 올리는 추모문에서도 세종은 거룩하심이 하늘이 내신 것으로, 슬기롭고 도리에 밝으시고, 학문을 본받았다고 하면서, 큰 지혜로움이 하늘 같으셨고, 재결하시는 데 옛일을 스승으로 삼으셨으며, 묻기를 널리 하여 알맞은 것을 쓰셨고, 음악을 만드시고 예법을 정하셨으며, 저울질하심에 터럭만치도 틀림이 없으셨다고 평하고 있다.

사실상 세종은 오랫동안 가장 철저하게 임금 수업을 받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낸 임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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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세종신문>에 필자가 연재했던 것입니다.





김슬옹

김슬옹

한글닷컴(Haangle.com) 연구소장/편집위원, 세종국어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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