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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그 성공의 이유로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 Netflix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는 이미 질주의 관성력이 붙어버린 콘텐츠다. 이제는 단순히 시청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거대 자본조차도 외면할 수 없는, ...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 Netflix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는 이미 질주의 관성력이 붙어버린 콘텐츠다. 이제는 단순히 시청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거대 자본조차도 외면할 수 없는, 어떻게든 확대 재생산의 흐름을 타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케데헌>은 무엇보다 제작자들의 열정과 치밀한 기획이 제대로 응축된, 잘 만든 작품이다. 동시에 전략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호응을 받을 수 있는 한류의 요소들을 과감하게 풀어낸 일종의 잔칫상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이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왜 성공했을까”를 묻고, 전문가들은 그 해답으로 ‘한류’와 ‘음악’, 그리고 ‘한국적인 것들의 조합’을 줄곧 이야기해 왔다. 사실 넷플릭스가 한류의 불씨에 불을 붙인 영화이니, <오징어 게임> 때처럼 그 성공의 배경을 두고 분석과 해석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다만, 그런 해석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작 내가 기다리던 이야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내 분석을 직접 올린다. (물론 이 또한 여러 답 가운데 하나일 뿐이겠지만.)

그들이 구원했다, K-POP이 아니라 K-POP을 좋아하는 그들

언젠가는 ‘K-POP’이란 용어도 지금의 댄스 음악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장르들을 더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우리가 아는 바로 그 'K-POP이야말로 <케데헌>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다..'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 'K-POP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로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다.
많은 논의에서도 당연히 영화 속 K-POP 음악이 흥행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 부분에는 이견이 없다. 영화 제목부터 대놓고 ‘K-POP’을 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보기에 성공의 본질은 단순히 영화 속 음악을 잘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바로 그 제목 속 K-POP이라는 단어 자체가 성공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는 데 있다.


한류 동호회 수 통계가 2023년도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지금은 더 늘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2025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케데헌> 1주 차 조회수가 넷플릭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마침, 지구상의 인구 중 한류 동호회원 수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단순한 우연일까?

넷플릭스 화면에서 <케데헌> 포스터를 본 넷플릭스 구독자 중, 한국 음악과 드라마에 친숙한 사람들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대부분은 호기심에 한 번쯤 재생 버튼을 눌러 봤을 것이고, 끝까지 몰입해 시청했을 가능성도 높다.

여기서 말하는 ‘한류 동호회원’은 대사관·총영사관 같은 재외공관에서 수집한 공식 통계에 근거한다. 단순히 한국에 호감을 가진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조직을 꾸리고 활동하는 적극적 집단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들이 넷플릭스에서 <케데헌> 포스터를 봤을 때, 무심히 지나치기보다 시청해 볼 확률이 훨씬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작의 첫 주 조회수는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콘텐츠 소비는 개인 경험뿐 아니라, ‘남들이 본 경험치’를 참고하며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케데헌>은 바로 이 첫 물살을 한류 동호회원들이 만들어 줬고, 그들의 적극성이 이후 글로벌 확장의 견고한 발판이 되었다. 게다가 이들은 K-POP에 익숙하고 반복 재생에도 적극적인 층이니, 드라마의 인기가 자연스럽게 음악 차트까지 연결되는 현상도 설명된다.

문화정책, 어디에 힘을 실을 것인가

이제 공은 공공 정책 쪽으로 넘어간다. 분명하게, 한류와 콘텐츠의 확산은 본질적으로 창작자와 사업가들의 땀으로 이뤄졌다. 그런 상황에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한류에 쏟아붓고 있다면, 그들은 <케데헌>의 성공 요인을 냉정히 분석하고, 공공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기여를 제대로 찾아야 한다.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바다.)

물론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한류 붐을 활용하려는 지방의 시도들, 글로벌 확산을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벌이는 중앙정부의 노력도 이해한다. 그러나 공공이 개별 콘텐츠나 이벤트에 직접 돈을 붓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케데헌> 사례에 대한 이 글의 분석을 고려한다면) 그보다는 커뮤니티 지원, 플랫폼 등의 인프라 지원같이 공공이 물적, 시간적 여력을 갖고 글로벌이나 지역의 문화 환경 기반 투자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과학처럼 당장의 눈에 띄는 성과는 없어도, 중장기적으로는 훨씬 큰 결실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도, 민간도 각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류의 성공 이후 공공 부문도 그 결과를 활용하기 위해 많이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엄청난 시간과 비용의 손실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케데헌>의 성공 이야기는 결국 한류 지원에 관한 공공 전략으로 이어진다. 한국이 앞으로도 전 세계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송두혁

송두혁 / Joachim Song

한글닷컴(Haangle.com)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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